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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박인환 시선
註釋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박인환은 모더니즘 경향의 시와 리얼리즘 경향의 시를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일관되게 모더니즘 정신을 강조하지만 실제 작품에서는 기존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적 전략을 드러내는 모더니즘이라기보다 현실 비판과 저항 정신이 나타나는 리얼리즘 경향을 드러낸다. 근대성에 대한 저항이라는 미적 근대성으로서 모더니즘에 대한 인식으로 모더니즘 문학을 추구했지만 당시 한국 사회가 직면한 피폐한 현실은 미적 저항 외의 실천적 측면이 요구되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미적 저항보다는 현실 참여적인 실천 측면을 강조했던 것이다. 이러한 모더니즘 추구에 대한 상반된 경향이 동시에 드러나는 박인환의 모더니즘은 근대성의 추구와 근대성에 대한 저항이라는 이질적 속성이 동시에 발현된다는 한국 모더니즘의 특수성임과 동시에 모더니즘을 현실적 정신 위에서 추구하려 했던 그의 시정신에서 비롯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인환의 시 세계는 크게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라는 측면과 전쟁 체험 후 나타나는 허무 의식이라는 상이한 양상이 드러나는 특징을 보인다. 현실 비판과 저항 정신은 그의 초기 시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과 저항 정신은 전쟁을 체험하면서 허무 의식으로 이끌려 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신시론≫ 1집이나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등에서 보여 주는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과 저항 정신은 전쟁을 경험하면서 부정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전쟁을 체험하고 극도의 불안과 절망을 경험한 후 비판과 저항 정신은 허무주의적 세계와 뒤섞이며 혼종 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후기 시에서 이러한 허무 의식을 극복하려는 노력과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그의 시 세계를 비판과 저항을 상실한 극도의 허무 의식으로 단정하게 하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