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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통하는 철학
註釋책상을 떠난 철학, 세상을 파고들다! 요즘 우리나라를 ‘헬 조선’이라 일컫고 청년들을 ‘N포 세대’라 부르는데,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거예요?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하면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나요? “꿈이 뭐야?”, “나중에 커서 뭐 하고 싶어?” 아이들은 이런 질문이 가장 싫다고 한다. 도대체 어느 누가 입시 공부 때문에 밤잠도 제대로 못 자는 와중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행여 “잘 모르겠다”고 답하거나 “꿈 같은 거 없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어른들은 또 목청을 드높여 “우리 때는 말이다~”로 시작하는 뻔하고 뻔한 ‘개천 용 되기 배틀’ 무용담을 현란하게 늘어놓는다. 그 뿐인가? 연일 언론을 도배하는 국정화교과서 문제나 친일청산, 시국에 대한 의견 등을 조금이라도 풀어 놓을라 치면 “그런 건 어른들이 알아서 할 테니 넌 공부나 해!”라고 면박을 주곤 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이야기들, 예를 들어 동학 농민 전쟁이나 일제강점기, 박정희 정권에 대한 다른 해석들을 접해도 섣불리 “왜?”라고 따져 묻지 못한다. 아이들은 그 밖에도 궁금한 게 많다. 시장에서 ‘억’ 소리 나는 고가의 예술작품들이 거래되는 반면 모조품도 판을 치는 이유, 환경문제를 걱정하면서 쓰레기 배출조차 엉성하게 하고 4대강을 파헤치는 심리, 기분 나쁜 ‘금수저와 흙수저’ 이야기를 언론마저 합세하여 떠드는 이유, 게다가 뭘 하고 살아야 하지 감조차 없는 판국에 인공지능의 반격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현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없다. 맘 놓고 이야기할 공간도 없다. 대다수가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세상에 대한 의문과 고민을 가슴 한편에 묻어둘 따름이다. 이 책은 출발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세상에 대한 청소년의 의문과 고민에서 출발하여 그들이 스스로 자기만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생각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자각이 집필 동기이자 동력인 셈이다. 물론 저자들의 전작인 『책상을 떠난 철학』에 대한 독자들의 성원도 『세상과 통하는 철학』을 집필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철학 사상과 철학의 역사 소개에 치중했던 기존 철학 서적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책상을 떠난 철학’이 바야흐로 세상 문제를 파고드는 데 말이다. 철학의 본령은 서재에 머물거나 삶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기가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나와 세상’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친절하게 때로는 엄중하게 안내하는 것이다. 전작 『책상을 떠난 철학』이 “사랑과 실존, 일과 놀이, 선과 악, 삶과 죽음, 가상과 현실, 남과 여, 행복과 불행”처럼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었다면, 『세상과 통하는 철학』에서는 “역사, 과학기술, 예술, 생태, 교육, 정의”와 같은 삶 밀착형 문제들에 대한 의문을 함께 풀어나가는 데 방점을 찍었다. 따라서 이 책은 청소년들이 앎과 행동의 괴리에서 오는 고민을 해석하고 용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과 욕구, 좌절과 희망을 이해하여 그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철학의 탄생 “관념? 존재 증명? 인식의 틀? 맙소사, 철학은 아무리 넘보려 노력해도 어렵다, 어려워!” 철학에 대한 첫인상은 대개 이렇다. 학교에서 철학을 접하게 된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철학을 모르면 또 뭔가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냥 무시할 수도 없어 보인다. 오죽하면 ‘지적인 대화를 위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콘셉트의 책이 잘나가고 있겠는가? 하지만 철학이 교양인 코스프레에 필요한 도구라는 건 정말 편협한 생각이다. 철학은 저 멀리 소크라테스 이전부터 사람들이 세상의 이치를 밝혀내고 인간됨의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 서로 묻고 대답하던 과정에서 태어났다. 책상에서 펜을 굴리며 상상해낸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시장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원칙과 가치 등등을 캐내던 와중에 하나의 ‘학(學)’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말하자면 “네가 그런 말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 데엔 철학이 있을 게 아니야? 그게 대체 뭐냐?”고 말할 때 쓰는 철학이 원래 철학의 본질인 셈이다. 철학은 그렇데 필요에 의해서 태어났다. 가장 실용적인 학문, 철학 철학은 인간이 인식한 온갖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데 정보를 주고 길을 안내해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요즘은 “모르는 게 있으면 네(이버)선생에게 물어봐”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서로 묻고 대답하면서 답을 찾았다. 근대화와 더불어 학교가 생겨나기 전까지는 가정과 단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이 과정에 동참했다. 그러다가 좀 더 확고한 지침을 정립하기 위해 깊이 있는 연구가 시작되었고, 가르침들은 곧 체계화되었으며, 이어 학문으로 발전을 거듭하며 분야가 나누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철학의 목적은 여전하다. 즉, 내가 배운 바대로 현실이 돌아가지 않는 이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쉽게 풀리지 않는 궁극적인 문제들, 자신이나 사회 혹은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들처럼 어렸을 적 부모에게 “왜?”라 묻던 것들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있다. 우리가 어떤 현상의 이유를 묻는다는 건 그 질문의 답을 찾아 내 삶에 유용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명을 사랑하고, 평화를 지키고, 자연을 보존하고, 존재의 끝을 인식하고, 악보다 선을 행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찾아낸 ‘답’에서 오는 것이니까! 나도 철학할 수 있다! 이 책은 가장 고전적인 철학의 방법인 ‘대화’를 차용하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철학적 성찰에 한걸음 다가섰다. 여기에는 저자들이 수년간 학교 현장에서 철학 교사로서 아이들과 만났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따라서 수업을 통해 청소년들이 품고 있는 의문과 고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들이 ‘철학함’을 실천하기에 좋은 자질을 갖고 있음을 깨달은 소통과 대화의 기록이라 하겠다. 또한 학교 밖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청소년들이 신문지상이나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 등에서 주제를 가져옴으로써 공부의 목적이 시험에 있는 게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제대로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있음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교육, 역사, 생태, 예술, 정의, 인공지능” 등 우리 삶과 분리될 수 없는 주제를 선택하여 대화를 주고받되, 그 과정에서 각 대화의 쟁점이 부각되게 유도함과 동시에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이 반영될 수 있도록 내용을 전개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의외성과 역동성이 살아 있는 철학하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상과 통하는 철학』, 이렇게 읽고 활용하자! 『세상과 통하는 철학』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었다. 2장과 5장은 장기혁 선생이, 3장은 신아연 선생이, 그리고 1·4·6장은 이현영 선생이 각각 집필했다. 그러나 첫 구상부터 마지막 원고 검토에 이르기까지 함께했으므로 어느 한 사람만의 글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물론 그럼에도 저자 각각의 체취는 나름대로 물씬 풍겨난다. 이 책의 장점은 청소년들의 의문과 고민에 맞닿아 있는 소설과 영화를 텍스트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능동적으로 활용하려면 관련된 텍스트를 함께 읽어보는 것이 좋다. 또한 혼자 읽기보다는 친구들이나 주변의 어른들과 함께 읽고 토의해볼 것을 권한다. 장별로 나눠서 읽고, 의문점이나 토의해보고 싶은 거리들을 찾아 함께 이야기해본다면 철학 수업을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각 장의 말미에 나온 ‘지금 내 생각은’처럼 독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