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조합을 생각하면 막 웃음이 나와”
일상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가장 낯선 내일
첫 시집 이후 김준성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연달아 거머쥐었던 시인 임승유의 새 시집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가 출간됐다. 시인은 2011년 등단한 이래 첫번째 시집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문학과지성사, 2015)로 2016년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시집에는 「휴일」 외 7편의 현대문학상 수상작이 수록되었다.
임승유는 일상에 밀착된 언어들을 활용해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이해할 수는 없는 낯선 상황들을 만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한 가지 기준만을 가진 이 세계의 정형성을 두고 “맘에 안 들어”(「대식 씨」)라고 대번에 내뱉어버리고야 마는 화자의 돌출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따라가야 할 하나의 길을 잃어버린 화자에게 세계는 묻는다. “그럴 거면 뭐 하러 여기 있는 거야”(「생활 윤리」). 여러 갈래의 삶이 쉽사리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임승유는 그럼에도 여기 있기 위해서 시를 쓴다고 답한다. 임승유의 시들은 여기 있기 위해, 스물아홉 개의 의자만 있는 곳에 서른번째 의자를 갖고 오고야 마는 의지로 씌어진 성실한 답변이다.
세계는 현실의 틈을 벌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받아 든 주인공은 ‘젠장 역시 상관하지 말 걸 그랬어’ 후회하면서도 ‘하지만, 하지만’ 그러면서 개입하고 마는 것이다. [……] 때로 문장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을 멈추지 못하는 건 그것이 질문에 답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은 쓰는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쓴다는 것은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하지만, 하지만’ 중얼거리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임승유 산문, 「운동장을 돌다가 그래도 남으면 교실」(『문학들』 2019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