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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釋

우리 삶의 모든 활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가정, 일터, 사회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공 영역 모두 에너지가 없다면 존속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에너지가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기에 에너지에 대한 논의는 늘 중요한 사회적 담론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에너지에 대한 인식도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상황에 맞는 에너지가 있을 뿐, 에너지에 옮고 그름이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에너지 환경에 있을까요?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는 지금과 달랐습니다. 소소한 갈등이 있을지언정 세계는 대립보다 협력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각국은 다른 무엇보다 기후변화를 막는 일이 시급하다는 데 합의했으며,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기반한 전 지구적인 에너지시스템 변화가 최우선 과제로 여겨졌습니다.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관계는 불투명해졌고, 산업 전 분야에서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급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 지구적인 대안이 절실해졌습니다. 여러 학자들이 언급했듯 '초불확실성의 시대'입니다.

불확실한 시대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시대이기도 합니다. 어디로 향할지도 모르는 여러 갈래길 중 어떤 길이 우리에게 적합한지, 우리의 삶이 어디로 향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지나간 현실에 맞는 논쟁을 지금 반복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미래에 어떠해야 할지 능동적으로 그려내고 이에 필요한 논의의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원자력 바로알기>를 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원자력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지만 원자력에 대한 시선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했습니다.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지금은 해묵은 선입견이나 논쟁은 한편에 미뤄두고, 원자력이 미래에 어떤 역학을 해야 하는지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어 논의해야 합니다.

이 책의 이야기가 역사에서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에너지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과 원자력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왔는지 살핌으로써 우리가 직면한 상황에 맞는 에너지 시스템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에서 원자력의 역할과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기회와 과제가 있는 여러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제시할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어떠한 결론도 직접적으로 강제하지 않으려 합니다. 모든 사회적 논리가 그렇듯,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결론을 내릴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이 혼란스럽고 방향이 모호해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책의 논리 전개나 내용의 흐름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각 분야를 집필한 전문가보다는 전체를 엮어낸 편집진의 잘못입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우리에게는 자신만의 관점에 매몰되지 않은, 객관적인 사실에 바탕을 둔 성숙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이 오늘날의 에너지와 원자력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얻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