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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한편의 비극 1
註釋

독일학술재단이 후원하고 독일의 독문학계의 대가들이 편집진으로 참여한 도이처 클라시커판 괴테 전집이 1994년 출간되었을 당시, 독일의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은 “이제야 충분하다”라는 표제와 함께 “우리 시대 처음으로 괴테의 저작에 온전하고도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는 내용의 서평을 실은 바 있다. 이 전집 가운데『파우스트』편집자인 쇠네Albrecht Schone는 엄밀한 문헌학적 고증을 통해 괴테의 친필 원고에는 들어 있으나, 외설적인 내용과 저속한 표현으로 인해 출간 당시 삭제되었거나 누락되었던 텍스트를 복원했다. 쇠네의 판본을 따른 옮긴이는 우리말의 수려함만을 좇아 잘못된 작품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지나친 의역을 경계하고 원문의 의미를 정확히 살리면서도『파우스트』에 대한 자신의 문제의식을 부각시키는 번역을 택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기독교적, 존재론적으로 해석되었던『파우스트』를 반성적/성찰적 현대성에 대한 텍스트로 읽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기독교와 봉건 질서라는 절대적 구심점이 해체된 현대에서 파우스트로 대표되는 현대인은 속박에서 벗어나 자아를 무한히 확대하고 유토피아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숱한 오류와 모순, 지나친 자아의 확장으로 인해 파멸을 자초할 수도 있는 ‘한 편의 비극’을 맞을 수도 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 파우스트가 마침내 자신이 일군 이상향에 머무르고자 하고 이로써 구원받는 작품의 결말은 현대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러한 이상향에 내재된 폭력성과 맹목적 이성 등을 암시적으로 드러내는데, 이와 같은 괴테의 이중적 태도는 우리가 처한 현대의 조건을 성찰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