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부터 2011년 여름까지 계간 『작가세계』에 연재된 방현희의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2002년『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로 제1회 『문학/판』 장편 공모에 당선된 작가 방현희가 4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소설이다. 사랑과 욕망, 성애와 관련된 사회적 금기를 즐겨 다뤄온 작가는 더욱 은밀하고 강렬한 사랑의 방식을 택해 더욱 짙은 농도로 풀어내고 있다. 전작 『바빌론 특급우편』에서 동성애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가학과 피학의 성애라는 소재를 전면적으로 취한다.
남자, 장은 가학적 섹스 이외에는 사랑의 방식을 모른다. 장은 한국인 아버지와 그의 집안으로부터 핍박 받고 희생된 일본인 어머니를 가슴에 묻었다. 그리고 이국의 여성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 프랑스 여자 마르셀과 일본 여자 마쓰코는 위험한 사랑에 매혹되어 장과의 피학적 섹스에 빠져든다. 장은 그녀들을 사랑하고, 또 그녀들을 파괴한다. 마쓰코와 마르셀에게 장과의 정사는 끔찍한 고통인 동시에 저항할 수 없는 쾌감이다. 관계는 사랑과 학대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그녀들은 생사의 경계에 다가선다. 그저 타인과 오롯이 만나고 교감하기를 원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온 몸과 마음을 바치려 했을 뿐이다.
인물들이 맺는 관계는 파괴적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들의 관계가 ‘폭력적’이지만 ‘폭력’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마르셀과 마쓰코는 장과의 섹스에서 순도 높은 희열과 충족감을 느낀다. 작가가 묘사하는 이들의 성애 장면은 센슈얼하고 매혹적이며 우리가 욕망하는 내용과 닮아 있다. 각 장에서 화자는 인물들의 내면으로 스며들어 그 깊숙한 곳에 감춰진 비밀을 독자에게 귀띔한다. 독자들은 어느새 그들의 위험한 비밀에 연루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