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일상의 혁명에 대한 전망서
기술혁명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혜안 제시
북송 시대 한 아이가 물이 가득 든 큰 항아리에 빠져 죽을 위기에 놓인다. 동네 사람들이 항아리 주변에 모여 발만 동동거릴 때 한 사람이 나서서 그 독을 깨트린다. 사마광의 파옹구우(破甕救友)의 일화다. 헤세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곧 새로운 세계는 낡은 세계와 편견을 깨야만 도래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구호도 요란한 ‘제4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발 맞추어 산업과 경제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소리가 드높다. 그런데 막상 우리 생활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은 한쪽 구석에서 소곤거리는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 담론을 이끄는 주체가 정책과 자본이어서 그렇다. 이 책은 이런 편향된 4차 산업혁명의 담론을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새로운 혁명의 주체가 관료나 자본이 아니라 대중임을 환기시키며, 혁명의 물결이 변화를 일으키는 곳이 기술만이 아니라 예술 영역, 대중의 일상, 인간관계 맺기의 방식, 교육 등 인류 문화의 전반임을 역설한다. 그리고 그 일변한 세계를 저자들은 ‘서드 라이프(Third life)’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그 서드 라이프는 이전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깨야만 가능함을 이야기한다.
기술혁명이 불러온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서드 라이프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위해 여덟 명의 학자들의 모였다. 저자들은 학문 분과도, 배경도 다르다. 그러나 자신의 특수한 지식에만 함몰되진 않았다. 자신 영역의 특수성을 드러내되 그 안에서 보편성을 찾아내 사회에서 벌일 수 있는 운동이나 교육의 방향성을 찾고자 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크게 나누면 서드 라이프 개념, 예술의 변화, 영화와 게임을 비롯한 미디어의 변화, 문화연구와 문화정치, 그리고 디스토피아적 미래 등이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저자들이지만 여덟 편의 글을 통해 “지금 전환은 이뤄졌고, 전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하고, 그 전환이 대중의 이익으로 돌아 가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책 발간을 위해 저자들은 SKT, 인터파크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총 4회에 걸쳐 월례포럼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술혁명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