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의료윤리는 무엇인가?
20여 년간 사랑받은 생명의료윤리 분야의 스테디셀러 전면 개정판 출간
2023년 2월, 뇌사 여성을 대리모로 활용하자는 한 생명윤리학자의 논문으로 전 세계 여론이 들끓었다. 학자의 주장처럼 우리는 이를 신장이나 각막과 다르지 않은 자궁 장기 기증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수년 간 존재해온 대리모의 최첨단 형태로 보아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뇌사한 사람의 삶을 부자연스럽게 연명시키며 출생의 도구로 이용하는 생명 경시 풍조의 ‘끝판왕’으로 이해해야 할까? 이에 관한 윤리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장기 기증과 대리 임신·출산, 뇌사자의 연명의료 결정과 생명에 관한 공리주의적 접근 등 이 문제에 얽힌 생명의료윤리학의 수많은 논의와 그 윤리적 쟁점들의 교차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조력 존엄사’나 호스피스에 관한 논의, 태아나 배아 수준에서의 유전자 검사 및 선별 문제 등을 이해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의료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함에 따라 의학은 단순히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것을 넘어 인간의 생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즉 생명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의료 실천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생명을 다루는 일에 얽힌 새로운 윤리적 긴장이 한국 사회 곳곳에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지난 20여 년간 생명의료윤리학의 교과서로 사랑받아온 『생명의료윤리』는 새로운 주제와 논의를 담은 전면 개정 제4판을 선보인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의사, 수의사, 유전상담사, 변호사 등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저자들이 현장을 반영한 생생한 언어로 생명의료윤리학의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룬다. 임신중절, 안락사, 장기이식, 동물실험 등 전통적인 이슈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논의를 효과적으로 정리해 전달함과 동시에 새로운 접근 방식과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이에 더해 유전상담, 건강정보 빅데이터 등의 최신 이슈와 그 윤리적 쟁점들을 소개하며 다가올 변화에 대한 윤리적 숙고를 가능하게 한다. 구판에 실렸던 개론적 성격의 글들 또한 최신 정보를 반영하고 새 꼭지를 추가하는 등 개정·증보 과정을 거쳤다. 이 책이 다루는 복잡하고 첨예한 질문들을 통해 독자들은 현재 생명의료윤리학 논의의 전반을 이해할 수 있으며 각 이슈의 윤리적 쟁점, 사회적 논의, 제도적 현황, 나아갈 방향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의생명공학과 의료기술이 발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생명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