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를 갖고 싶은 진짜 이유
며칠 전 2학년 전체 반 대항전 축구 경기가 있던 날,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동하의 모습에 가온이는 그만 마음을 홀딱 빼앗겨 버렸다. 그런 가온이의 마음도 모른 채 동하는 짝인 기영이하고 고양이 이야기로 정신이 없다. 그 모습을 본 가온이는 고양이만 있다면 동하와 친해질 수 있을 거라며 아빠를 졸라보지만 아빠는 힘들다는 이유로 반대하신다.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틀림없이 허락해 주었을 텐데 가온이는 자기 마음도 몰라주는 아빠가 야속하고 속상하다.
그러다 아빠가 집을 비운 어느 날 밤, 가온이는 아파트 복도 앞에서 우연히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친다. 유튜브에서만 봤던 바로 고양이계의 여왕이라는 샴고양이다. 가온이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살며시 손을 내밀자 거짓말처럼 고양이가 가온이의 품으로 쏙 들어왔다. 엄마가 외로운 자신을 위해 보내준 선물이라고 믿은 가온이는 샴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녀석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낡은 자전거 바퀴 뒤에 숨어 있었다. 잔뜩 겁먹은 눈으로 울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얘는 어디서 나타난 걸까? 어미가 버리고 간 길고양이 새끼일까?-본문 22쪽
◆ 이제 너를 솜이라고 부를 거야.
가온이는 새끼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고양이 사료와 모래를 사기 위해 아빠의 생일 때 쓰기로 한 저금통을 이용한다. 그럼에도 집으로 온 새끼 고양이는 가온이 곁에는 오지도 않고 울기만 하고 심지어 목욕을 시켜 주려는 가온이의 손을 할퀴어 피까지 나게 한다. 고양이와 살아가는 게 점점 힘에 부치자 가온이는 엄마도 자신을 위해 이렇게 힘들었을 거라는 걸 깨닫는다. 친구들에게는 아빠가 고양이를 사주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동하도 서서히 가온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샴고양이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동하의 말에 가온이는 친구들을 집으로 부른다.
“나도 솜이를 보고 싶긴 하다. 샴고양이를 실제로 본 적은 없거든.”
동하가 갑가지 관심을 보였다. 그러자 내 고개가 제 마음대로 끄덕여졌다.
“그래, 우리 집에 가자.”
나는 마치 동하가 조종하는 꼭두각시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_ 본문 53쪽
◆ 고양이 납치범이 되다
승강기 안 게시판에 붙여진 낯익은 고양이 사진. 어미 고양이가 잃어버린 새끼 고양이를 찾는다는 문구를 보는 순간 가온이는 자신이 데리고 온 솜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에 가온이는 게시판에 붙여진 종이를 떼어내 버린다. 한편 솜이는 하필 친구들이 집에 온 시간에 맞춰 거실에 똥을 싸고 온 집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고 가온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솜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자 솜이는 침대 밑으로 들어가 마구 울어 댄다. 마침내 밤낚시에서 돌아온 아빠에게 가온이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솔직히 털어 놓게 되고 아빠가 시키는 대로 고양이 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이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있다고 자수한다. 본의 아니게 고양이 납치범이 되어 버린 가온이는 혹시나 주인이 자신을 고발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만 주인은 연락을 해 준 가온이에게 고맙다며 솜이와 함께 떠나고 그 상황을 뜻밖에도 동하에게 들켜 버린다.
“너희 똥고양이 잘 있냐?”엉거주춤 자리에 앉자, 짝인 기영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어, 어…….”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짓다가 그만 동하와 눈이 마주쳤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동하가 뭐라 말할까 봐 고개를 푹 숙였다. _본문 77쪽
◆ 진실한 마음이 이어 준 우정
단순히 동하와 친해지고 싶어 거짓말까지 하며 고양이를 기르려고 했던 가온이는 솜이가 떠나 버린 뒤에야 진짜로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다. 솜이를 주기 위해 산 사료도 공원에 사는 길고양이들에게 나눠 준다. 그렇게 친해지려고 애를 써도 달아나고 숨어 버리기만 하던 솜이와 달리 길고양이들은 가온이에게 친근감을 보인다. 가온이는 정말로 고양이들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고 마침 공원에서 고양이 밥을 주러 온 동하에게 용기를 내 참았던 말을 전하며 우정을 이어간다.
“너랑 사귀고 싶어서 그랬어. 지금 생각해 보면 솜이랑 솜이 가족한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그땐 그랬어.”꽉 막혀 있던 가슴속 돌덩어리가 쑤욱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속이 후련했다.-본문 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