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가 당겨진 순간,
칠흑 같은 장막에 가려져 있던 진실이 드러난다
제8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김경순 장편소설 『장미총을 쏴라』 출간
“우리 소설사는 강력한 반전(反戰)소설과
정교한 반전(反轉)소설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심사위원 김미현·김인숙·류보선·이기호·천운영
충남 논산시가 주최하고 경향신문, 은행나무출판사가 공동 주관하는 제8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장미총을 쏴라』가 출간되었다. 『장미총을 쏴라』는 “의미와 재미, 속도와 중량감을 함께 지닌 소설”이라는 평을 받으며 심사위원 전원의 흔쾌한 동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총이 아름다운 건 그 자체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살상의 위엄 때문이다”라는 소설 속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전언이 된다. 총구와 총신의 디자인적, 미학적 요소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아닌, ‘살상의 위엄’으로부터 오는 아름다움. 그 의미심장한 말이 내포하고 있는 서늘한 냉기에 독자의 고개가 갸웃해지는 순간, 작가는 범인이 누구인지를 작품의 도입부터 명확하게 드러내며 작중 인물들의 내면 변화를 과감하게 해체해 보인다.
폐놀이공원에 울려퍼진 세 발의 총성. 두 명의 사망자와 한 명의 중상자. 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인은 중상을 입은 채로 현장에서 체포된, 잡지사 ‘건(GUN)’의 인턴사원 한옥인이다. 소설은 ‘누가, 어떻게’가 아닌 ‘왜’에 초점을 두고 사건을 정면으로 돌파해나간다. 문학평론가 류보선의 말처럼, 『장미총을 쏴라』는 “이중적인 의미에서의 반전소설”이다. 인간이 ‘총’ 자체에 매혹당하는 과정을 그려낸 뒤 독자가 가장 몰입한 순간 그 매혹당함이 “인류에게 재앙을 불러온 바로 그 진원지인 것으로” 순식간에 이야기를 전도시키며 폭력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차장이 잡아준 자세 그대로 정지해 있다가 슛! 소리에 맞춰 첫 발을 쏘았다. 아주 엉뚱한 데로 가지는 않았다. 심장 아래 갈비뼈 부근에 명중했다. 붉은 피는 쏟아지지 않았지만 구멍 뚫린 모양이 진짜 갈비뼈를 부러뜨린 느낌이다. 연발로 쏜 두 발 중 마지막 발은 명중에 가까웠다. 부장이 손가락 휘파람을 불었다.”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