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작품은 2017년에 타 출판사에서 출간된 동명의 소설을 윤문 및 가필한 개정판이오니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엄마의 죽음이 남긴 것은 어마어마한 빚과 나를 벼랑으로 떠미는 절망.
울지도 못한 채 엄마의 유골을 끌어안고 웅크린 내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누나.”
“사람 잘못 보셨…….”
“나 기억 안 나, 누나? 나 제호잖아. 박제호.”
저승사자보다 지독한 빚쟁이인 줄 알았다. 화장터까지 따라오다니 끔찍했다.
그러나 예상 못한 이름에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내가 마주한 것은.
“봐. 기억…… 나지? 나 키가 좀 컸어.”
내가 도망친 과거, 내가 겨울날 문밖으로 쫓아냈던 나의 첫사랑…….
그리고 한때 한 지붕 아래서 나의 ‘동생’이라 불리었던 사내였다.